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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새전북신문] 2.오스트리아 빈 공항 갈등조정 사례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6536  
[지역갈등 대안을 찾아서]2.오스트리아 빈 공항 갈등조정 사례  

2007년 10월 25일 (목)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오스트리아 빈 공항 갈등 조정은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다. 빈 국제공항 활주로 증설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조정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 갈등조정 준비 모임부터 최종 합의까지 5년이 걸렸다. 조정에 참여한 이해 관계자 집단도 56개에 달했다. 하지만 누구도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찾기 위한 노력, 이해 관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끌어내기 위한 학습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책사업 추진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부러운 일이다.

18일 방문한 빈 국제공항은 확장 공사로 분주했다. 논란이 된 활주로 증설 공사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항공기 도킹장 증설 공사로 타워 크레인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지정학적으로 유럽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매년 항공승객 및 물동량이 증가(6%)하면서 활주로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빈 국제공항은 98년 제3활주로 건설을 포함하는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항공소음 증가가 우려된다며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증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제시하고 소음저감 대책을 밝혔지만 주민들은 수긍하지 않았다. 결국 빈 공항주식회사는 2000년 3월 활주로 신설 및 소음문제에 관한 ‘조정’을 제3자에게 의뢰했다.

변호사 프레더(Prader)씨가 주축이 된 준비모임은 국제공모를 통해 3명으로 이뤄진 조정팀을 구성했다. 항공사측은 활주로 증설 뿐만 아니라 현재의 항공기 소음저감대책도 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대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 셈이다. 준비과정을 거치는 동안 참여 당사자는 56개로 늘어났고, 각 그룹 대표는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조정 포럼’ 구성에 합의했다. 조정 포럼 구성에 앞서 1년여 준비과정이 소요됐다. 빈 공항 갈등 조정은 여기에서 빛을 발했다.

이해 당사자들은 약 60여차례 면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정 대상, 참여 당사자, 조정 구조, 비용 부담 등이 주요 의제였다. 소음공해나 활주로 증설은 논의 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1년이 흘렀다. 잦은 만남은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형성됐고, 조정절차 설계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전체 조정과정을 주도한 프레더 변호사는 “조정 대상이 무엇이며,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에 대해서만 토론했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듯 이해 관계자간 신뢰 구축은 원활한 조정에 필요한 밑거름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정은 소음, 발전 시나리오, 생태, 여론활동 등 4개 분과로 나누어 추진됐다. 2001년 가을에는 시민연대, 빈 공항주식회사, 지자체단체장, 주정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추가 설치됐다. 이 기구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2002년 초반까지 작업은 생태, 경제, 사회 측면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집중 논의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소음방지, 보상, 세수, 소득변화, 관광산업,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사회적 측면에서는 인구변화, 거주 구조, 지역적 편차, 건강 △생태적 측면에서는 쓰레기, 지하수, 에너지 사용량, 토지이용, 토착생물 및 기후변화, 오염물질 배출, 소음, 교통분산 등이 거론됐다.

이에 따라 현재 소음상황 개선책이 제시되고 제3 활주로 증설 여부가 논의됐다. 조정 결과 제3활주로 증설과 관계없이 현재의 항공소음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로 제시됐다. 계획보다 조정 기간이 길어지자 조정 포럼은 2002년 11월 분과를 해체하고 작업반을 쟁점별로 구성하게 된다. 또 운영위원회 권한을 확대하고 모든 의사결정권을 위임함으로써 조정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당시 목표는 2003년 가을까지 조정을 종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활주로 증설과 관련된 구체적 대안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시한을 넘기게 됐다.

마지막 난제였던 심야 이·착륙 분야에 대한 합의 도출이 성사되면서 2005년 6월22일 최종안이 체결됐다. 준비 모임부터 5년, 사업 계획 발표부터 7년이라는 긴 항해 끝에 얻은 소중한 합의였다. 조정안은 2007년부터 심야 이·착륙 횟수를 줄이고 특정한 방향의 심야 이·착륙을 금지했다. 또 인근 주택에 대한 방음시설, 승객당 20센트의 환경기금을 조성해 75%는 지역발전, 25%는 항공소음 관련 연구에 사용하도록 합의했다. 환경기금 사용 여부는 빈 공항주식회사와 지자체, 시민단체가 공동 결정한다. 이와 함께 조정 내용 이행을 감독하고 향후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을 처리하기 위해 ‘빈공항 대화 포럼’이 결성됐다.

대화포럼(Dialog Forum)의 헤지나 대표는 “근본적으로 항공기 소음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갈등 해소의 첫 단계다”면서 “갈등 해소란 여러 분야의 조건을 서로 조정하면서 이해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이기에 상호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종 합의안은 도출됐지만 활주로 증설은 아직 착공 전이다. 공항측은 2012년께 착공을 예상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갖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착공 이전에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오스트리아인들의 성숙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빈 공항 환경갈등 조정’ 논문을 발표한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합의가 쉬운 부분(소음 저감)과 어려운 부분(활주로 증설)으로 나누어 조정을 진행하고, 활주로 증설로 인한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피해를 받는 지역에 환원(환경기금)함으로써 원만한 합의를 도출했다. 또 조정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함으로써 대리인과 모집단간 정보격차를 최소화하고, ‘대화 포럼’이라는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이행여부를 높였다”며 시사점을 강조했다.

 
◆ 프레더 변호사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찬성과 소음공해를 주장하는 반대자들이 서로를 인정하는 단계가 필요했다. 서로를 인정하게 하는 준비과정에 1년여가 소요됐다. 이 단계가 중요하다.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간을 통해 믿음이 형성된다. 협상은 심리적 행위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면 갈등 해소는 쉽다.”

빈 공항 갈등 조정을 주도한 프레더 변호사는 “갈등 해소란 여러 분야의 조건을 조정하면서 이해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이다”면서 “공항 주변 주부 1명의 목소리는 공항 및 주정부 관계자 의견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주민들은 정부를 신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 과정에서 설계안이 수정되고, 비용(2억 유로)과 시간(5년)이 증가됐다. 처음에 1년만에 끝내려고 했는 데 5년이 걸렸다. 길어질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길어질 줄은 누구도 몰랐다. 심야 비행여부도 오늘(18일) 새벽 3시에야 최종 결정됐다. 활주로를 증설하되 야간비행은 금지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시민 권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프레더 변호사는 “이행 당사자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가 과제였으나 그룹을 형성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책자와 정보지를 발간해 각 가정에 발송하는 등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끝으로 프레더 변호사는 “합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대화 포럼을 통해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독하게 된다. 만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이 불가피하다. 조정을 통해 이해 관계자들은 경제 성장에 발맞춘 활주로 증설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또 소음공해를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합의했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빈(오스트리아)=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빈 국제공항 조정 일지>

- 98년 활주로 증설 포함한 확장 계획 발표

- 2000년 1월 갈등조정포럼 구성 및 프레더 변호사에 위임

- 2000년 3월 국제공모 통해 갈등조정팀 구성 및 조정협약 체결

- 2001년 9월 갈등 조정대상 선정 및 운영위원회 추가 설치

- 2002년 갈등조정 진행

- 2003년 5월 부분적 합의 도출

- 2005년 6월 22일 최종안 체결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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