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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매일신문] ②빈 공항 환경갈등 조정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7414  
[지역갈등, 새 패러다임을 찾아서] ②빈 공항 환경갈등 조정
'소음피해 합의안 조정' 주민들이 OK할때까지

오스트리아 빈 공항 주변은 한눈에 보아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현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곳곳에서 대규모 건설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 지역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빈 공항을 둘러싼 환경갈등도 바로 이 같은 발전에서 비롯됐다. 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오스트리아는 동쪽으로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를, 서쪽으로는 독일·스위스·이탈리아와 접해 있어 동·서유럽의 관문 역할을 해오고 있는 나라. 특히 동유럽이 체제전환과 함께 서구 자본주의 나라들과의 경제협력이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오스트리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는 항공승객과 물동량이 매년 6% 정도씩 증가해 늦어도 2015년까지는 새로운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두 개의 활주로를 최적으로 운영할 경우 시간당 최대 72회의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2015년에 예측되는 승객과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80회의 이·착륙이 필요하다는 분석이었다. 이에 따라 1998년 제3활주로 건설을 포함하는 '빈 공항 확장' 마스터플랜이 수립·발표됐다.

"문제의 핵심은 공항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다시 말해 공항 확장으로 큰 혜택을 보는 비즈니스맨조차 주말에는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쉬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빈 공항 주변에는 800여 만 명의 오스트리아 인구 중 200만 명 이상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또 현재 연간 840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빈 공항은 3개 주에 걸쳐 있고, 120개 조합이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헤지나 빈 공항 대화포럼 대표는 "오스트리아의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빈 공항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역민들은 소음 공해를 유발하는 활주로 증설은 절대 안 된다면서 주민연대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저항을 시작했다."며 "이에 빈 공항 주식회사는 활주로 신설과 소음문제에 관한 '조정'을 중립적인 제3자에게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제공모를 통해 2000년 3월 커뮤니케이션 상담역으로 지명된 사람은 유럽 최고의 갈등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토마스 프라다 박사(변호사). 빈 공항 갈등 조정 사례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이해관계자들이 평균적으로 많은 환경분야 조정 중에서도 특히 이해관계 집단이 많았다는 점과 사안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모두 56개 이해관계집단이 조정에 참여했고, 당초 10개 지역에서 시작했던 논의는 100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게다가 처음에는 제3활주로 건설이 주의제였으나, 나중에는 공항 전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으로까지 쟁점이 확대됐다.

항공소음이 항로만이 아니라 항공사의 경영전략, 공항의 수용능력, 교통인프라, 인근 지역 농업, 기업유치, 주택 및 교통정책과도 연관이 되었던 것이다. 2005년 6월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공식회의만 166회가 개최됐고, 비공식적인 회의까지 합치면 500여 회의 회의를 열었다.

헤지나 빈 공항 대화포럼 대표는 "빈 공항 갈등 조정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항 소음 피해 줄이기와 같이 합의가 쉬운 부분과 활주로 위치, 이·착륙 방향처럼 지역간 이견이 대립해 합의가 어려운 부분을 분리해 합의를 도출해 나갔다는 것"이라며 "또 합의에 따라 소음지역 전 가구에 소음방지창을 설치해 주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창호를 사용, 주민들의 신뢰를 높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처럼 주민들에게 1회성 금전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금조성에 합의한 것도 색다르다. 빈 공항 이용객마다 20센트씩의 환경기금을 조성해 이 중 75%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쓰고, 나머지 25%는 항공소음관련 연구에 사용토록 한 것이다.

합의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빈 공항 환경분쟁 조정에 참여했던 이해관계자들은 조정안의 이행을 감독하고 향후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사안을 처리하기 위한 조직으로 '빈 공항 대화포럼'을 결성했다. 취재 당일도 '빈 공항 대화포럼' 참여자들은 신설될 활주로 이·착륙 방향에 대해 오전 4시까지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이끌어 냈다.

빈 공항 갈등 조정과정은 또 일반시민에게 모두 공개되고 있다. 모든 공식회의 회의록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고, 1년에 2, 3회씩 모두 10회의 뉴스레터를 통해 조정과정에 대한 정보가 지역민들에게 제공됐다. '조정과정의 투명성'과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방음창호설치·환경기금)', '조정안의 제도적 사후관리(빈 공항 대화포럼 구성)' 등이 빈 공항 환경갈등 조정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갈등관리 전문가 토마스 프라다 박사>

"당초 계획은 1년 안에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빈 공항 갈등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토마스 프라다 박사(사진)는 "누가 맡아서 합의를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서로 인정하는 신뢰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만 1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쓸모없게 됩니다. 때문에 첫 해에는 서로 만나 이야기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습니다. 항공소음이나 활주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프라다 박사는 "갈등해소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조건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양자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에 가깝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한 명의 말이라도 대통령이나 공항대표의 말과 같은 비중으로 수렴해야 합니다. 평범한 시민들도 자신의 말이 굉장한 무게로 회의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때 갈등해결의 기본단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것은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프라다 박사는 또 "사회적·환경적·경제적 문제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많은 토론을 하는 것이 최종합의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호 간 이해수준을 높임으로써 서로 심사숙고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작은 합의를 이끌어내 실천함으로써 신뢰를 높여나가는 것도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큰 합의에 이르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기자의 눈>

빈 공항 확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처음 계획이 발표된 1998년부터 계산하면 7년만이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된 지 또 2년이 더 흘렀다. 그래서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제3활주로 공사는 언제 착공하는 것입니까?"

빈 공항 대화포럼 관계자의 대답은 더 황당했다. "합의는 됐지만, 정부의 공사허가는 아직 나지 않았습니다. 글쎄요. 2012년쯤에나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는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먼 훗날 일어날 일에 대해 그들은 미리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놓은 것이다.

쓸데없는 짓을 미리 한 것처럼 보이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당초 예상대로 2015년쯤 제3활주로가 필요하면 공사기간만큼 앞당겨 착공하면 될 것이고, 항공수요의 변화에 따라 추가 활주로의 필요성이 앞당겨 지거나 늦어지면 그에 맞춰 공사를 하면 된다.

이미 사회적 합의가 돼 있으니, 추가 활주로가 절박해 공사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서 주민들의 반대 궐기대회로 공사를 중단하든지 차질이 생겨 막대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거나, 꼭 절박한 시점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허둥거리는 우리 사회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또 한가지 의문이 남았다. 누가 협상테이블에 대표로 앉을 것이며,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는가. 회의비용의 대부분은 빈 국제공항 주식회사가 부담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각 참여자들이 조금씩 보태 '믿음'의 기초를 갖췄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협상대표로는 직장인 등 신뢰할 만한 단체만 인정하고 '무직자'(=백수)의 경우는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대표들은 자기부담으로 회의에 참석하며, 수당은 없다.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는 셈이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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