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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당진시대] “사회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13211  
[지자체갈등 관련 기자수첩] “사회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최운연 olucida@naver.com



“그동안 논의됐던 활주로는 언제 착공합니까?”
“글쎄요... 오는 2012년경이면 착공하지 않을까요?”
“그럼 언제 할지도 모르는 활주로 계획을 놓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과 합의해왔다는 것입니까? 시간낭비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누구도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늦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모두에게 더 큰 이익입니다.”
지난 10월 지자체 갈등 원인 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특별기획 ‘폭증하는 지자체 갈등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해외 갈등조정 관련 기관 공동기획취재에 참가했다.
당시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의 활주로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창간호 특집 게제 예정) 조정준비모임부터 조정의 최종 완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
빈공항 대화포럼(Dialogforum Flughafen Wien)의 갈등조정자인 변호사 토마스 프레더는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늦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이라며 공동체의 신뢰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정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체 서로간의 신뢰속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체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 공항 대화포럼의 프레더 변호사의 의미있는 말이 오랜 동안 머리에 맴돌았다. 최근 당진군청앞에서 주민들의 시위나 집회가 늘어가고 있는 모습을 떠 올리면서 말이다.
당진군의 가장 큰 쟁점이자 의제였던 현대제철의 고로제철소 사업진출 당시에도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은 고로제철사업에 대한 환경피해를 주장하며 대책을 요구했었다.
당진테크노폴리스, 합덕산업단지를 비롯한 산업단지 개발, 대덕수청지구, 원당·시곡·수청지구 도시개발사업, 당진화력 9·10호기 증설, 석문국가산업단지 등은 지역내에 크고 작은 갈등들을 유발하며 잠재적인 갈등요소로 존재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간의 불신, 행정에 대한 불신, 개인이기주의는 단순히 산업화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역공동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며 공동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네덜란드의 남부고속철도 사업은 무려 30년이 넘게 걸렸다. 1970년대에 정부가 계획했었던 이 사업은 당시 네덜란드 사회에 널리 번져가던 환경주의와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각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1991년에 비로소 다시 추진됐다.
네덜란드에는 국민참여제도가 법제화 되어 있다. 국가의 도로사업이나 토지이용, 주택건설 등과 같이 공간계획에 관해 주요결정을 할 때 반드시 PKB라는 광범위하고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제출과 국민참여를 위해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PKB는 이러한 모든 절차를 표현하는 용어이기도 하며 사실상 전 과정이 복잡한 내각 내, 내각과 의회, 그리고 내각과 시민간의 의사결정과정 그 자체이다.
네널란드의 이러한 국민참여제도는 국토의 약 25%가 해수면 아래 위치해 있어 물로부터의 생존이 국민 공통의 목표였다. 물의 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둑을 쌓아 올리는 것은 그 어떤 개인적 가치와 이익보다 중요시되었다. 이렇게 물과의 전쟁을 위해 서로 논의하고 협의해 하나의 결론, 즉 제방의 위치와 규모 등을 도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네덜란드인이 오늘날 공공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독특한 참여 과정을 확립한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국민참여제도인 PKB라는 제도를 완성했다.
네덜란드어에는 'mondig'라는 단어가 있는데 사전적 의미는 ‘성숙한(matured)’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자발적으로, 스스로 말해 표현할 줄 아는(could speak for themselves) '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데 이는 현대 네덜란드 국민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말이자, 시민의 자질로 요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렇듯 네덜란드 사회에는 자신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심지어 단기적으로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을 듯 한 프로젝트라도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권리를 넘어 시민의 의무라는 인식이 널리 펴져 있고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바로 광범위하면서도 길고 복잡한 이 나라 참여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나 형식적인 요식행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개발논리보다 공동체 상호간 신뢰를 구축하고 주민참여를 통한 ‘함께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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