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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새전북신문] 5. 시화호서 배운다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13022  
[기획-지역갈등 대안을 찾아]<5>시화호서 배운다  

2007년 11월 27일 (화)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시화호 간척사업은 지난 14년간 수많은 논란꺼리를 제공해 왔다. 94년 방조제 완공 이후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는 시화호는 재앙이었다. 우리나라 개발방식이 환경에 미친 문제점을 한꺼번에 노출시킨 이 사업은 정부의 환경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꾼 격전장이었다. 그런 시화호가 정부와 시민단체 간 합의를 통해 바람직한 개발방향을 수립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다를 메워 산업 및 농업용지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시화호는 새만금과 닮았다. 새만금 수질논란을 촉발시킨 당사자였던 시화호 사례는 지역갈등 해결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편집자 주>

시화지구 개발사업은 87년 착공, 94년 1월 12.7㎞에 달하는 방조제 물막공사 완공을 계기로 일단락됐다. 이로 인해 169㎢의 국토가 확장됐다. 그러나 방조제 완공 이후 시화호 수질은 급속히 악화됐다. 94년 안산 YMCA가 개최한 ‘시화담수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계기로 시작된 시민운동은 ‘희망의 시화호만들기 화성, 시흥, 안산 시민연대회’ 발족을 거치면서 확산됐다.

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는 시화호 개발사업을 정면 반대했다. 투쟁위주의 시민운동은 시화호 환경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시작된 시민운동은 10년간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개발계획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중단시킬 수 없었다. 또 시화호 수질개선과 시흥·안산지역 악취 및 대기문제 해결도 역부족이었다. 이런 와중에 건교부는 2003년 12월 공청회를 개최, 시화지구 개발사업계획안을 발표했다. 곧바로 정부안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반대가 뒤따랐다.


건교부는 그제서야 일방적 사업추진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민단체와 진지한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정부는 주민, 지자체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시민단체는 원칙을 제시했다. 일방통행적이고 권위적인 자세 탈피,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참여, 지역주민들에게 회의결과 및 정보공개,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 의사결정 방식 등이다. 건교부가 전폭 수용했고 협의체 구성은 급물살을 탔다.

2004년 1월 16일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등 30여명이 참여하는 ‘시화지속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시화지역의 대기 및 수질문제와 시화지구 장기종합계획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시화호 주변 활용 방안 마련을 목표로 운영됐다. 협의회는 2008년 12월 말까지 3년간 운영하되 △개발계획분과 △수질생태분과 △대기분과 등 3개 전문 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각 분과 위원장은 시민단체가 추천한 민간인으로 위촉됐으며, 2005년 3월부터는 정부와 시민단체 대표가 공동 위원장을 맡는 등 신뢰를 구축했다.

시화지속협의회는 시화호 논의에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까지 갈등과 투쟁 방식에서 벗어나 대화와 토론을 통한 구체적 정책 대결과 합의에 의한 대안 모색 비중이 높아졌다. 논의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 시민단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수적 균형을 유지했다. 결론 도출은 다수결이 아닌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했고, 쟁점 사안은 충분한 숙의과정을 두었다. TF팀 구성해 집중 토론하고, 전문적 사안은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 그리고 전문가를 초청한 집단 교육 및 토론을 거쳤다.

이와 함께 사전 논의를 거쳐 안건을 상정함으로써 토론이 편향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논의결과 공개, 논의 결과에 대한 승복 문화 정착, 전문가가 어느 일방을 지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전문가 조정역할, 논의 사항의 즉각 이행, 상호 신뢰구축 등 긍정적 분위기가 정착됐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2004년 10월 시화·반월공단 주변 안산·시흥지역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을 공영화하고 시화공단 녹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7,000억원 규모의 ‘대기환경 개선 로드 맵’이 마련됐다. 로드 맵은 △악취저감대책(4,662억원) △공단환경 개선(2,347억원) △오염원 지도단속 강화(15억원) △대기환경 모니터링 및 연구사업 추진(100억원) 등이다. 7,000억원은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수자원공사가 분담하기로 했다. 로드 맵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악취 배출량은 66%정도 저감이 기대된다. 또 수질개선 로드맵도 마련됐다. 극심한 오염에 시달렸던 4대 간선의 수질은 2004년 1,970ppm에서 2005년 20ppm으로 1년만에 무려 100배가까이 개선됐다.

무엇보다 방조제 공사로 형성된 땅에 대한 개발 방안이 합의됐다. 시화MTV(Multi Techno Vally) 개발사업은 2001년 개발계획 고시 이후 진통을 겪어왔으나 2006년 6월 사업 규모, 시화호 수질개선 방안, 환경친화적인 첨단산업단지 개발 방안 등이 확정됐다. 건교부는 협의회의 의견을 존중해 사업 규모를 애초 317만평에서 280만평으로 축소하고, 친환경 첨단복합도시 건설을 목표로 제조업체 등 공해 배출업체 입주를 차단하며, 녹지 비율도 20.3%에서 27.5%로 늘렸다. 개발방향도 첨단산업용지 및 연구개발·지원·유통기능과 국제 업무 및 관광레저기능을 골고루 반영했다. 개발이익은 전액 시화지역 환경개선과 지역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반대가 있었던 골프장도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조성하되 세밀한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시화지속협의회 서정철 공동위원장은 “환경운동 중앙단체와 지방단체 간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3년간의 시화지속협의회 경험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사회 갈등 해결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이다. 장기화되고 고질화 된 갈등이라 하더라도 지역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수렴해 설득하고 합의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법정 소송에 의해 갈등이 해소된 사례는 있지만 갈등의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자율적인 논의를 거쳐 갈등을 해소하고 창조적 대안을 선택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책사업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갈등조정협 준비중인 김호서 도의원>

“여러 위원회가 많지만 실질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이기에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해 대표 발의를 하게됐습니다.”

‘갈등조정협의회’ 설치를 준비 중인 도의회 김호서 의원(행정자치위원장)은 “지방자치제도 정착에 따라 갈등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미봉책은 한계가 있다. 이해 당사자들 간 충분한 토론과 합의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끌어낼 때 지역역량을 결집할 수 있다”면서 “행정기관이 설치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형태의 실질적인 갈등조정협의회는 전북도가 처음이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도의회는 그동안 3차례에 걸친 공청회 개최와 함께 TF팀을 구성해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논의한 결과 설치는 행정기관, 운영은 민간에 위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이번 회기 중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본격적인 기능을 하며 사무국 설치에 필요한 예산(7,000만원)도 확보한 상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초단체와 기초단체,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등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조정하는 게 협의회의 목적입니다. 협의회가 제기능을 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하는 한편 정책 공급자 위주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관행에도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정책 수요자인 주민 참여를 최대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김 의원은 “14개 기초단체 대표, 언론, 학계, 법조, 시민단체, 의회 등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된 위원회(15명)에서 커다란 방향을 정해 합의방향을 권고하며, 또 갈등조정협의회 위원과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사안별로 가동해 합의결과에 승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면서 “합의결과를 수용하는 지역에는 국비(교부금)와 도비(시책 추진비)를 우선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갈등조정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당사자 가운데 공무원을 빼놓을 수 없다. 공직사회의 인식전환을 위해 내년부터 공무원교육원 교육 과정에 갈등관리 과정을 신설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며 관심을 부탁했다.

/임병식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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