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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담양주간신문] 번지 없는 현주소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8748  
<지자체 갈등 원인진단과 대안마련을 위한 특별기획>


 번지 없는 현주소

부안방패장사건(혹자는 ‘부안사태’라고도 한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았으나 우리 지역도 유사한 일은 많았다. 단, 주민들이 의사를 집결해 표출하는 표현력이 부족했거나 행정의 교묘한 ‘조삼모사’로 결집돼야 할 주민들의 결속이 쉽게 와해되거나 제풀에 꺾인 적이 많았을 뿐이다.

국가意思 혹은 지자체의 의사를 집행하는 행정과 그 대상이 되는 주민 간에 겪는 갈등 또 주민과 주민 간의 갈등 혹은 지역과 지역 간의 갈등은 우리 사회에 혼재해 있지만 ‘참을 忍 세 개’가 미덕인 우리 사회에선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엔 아랫목을 지키다가 코앞에 일이 닥쳐서야 목소리를 높이며 드러눕기 일쑤다.

“헌데 그렇게 드러누운 쪽이 잘못일까 드러눕게 한 쪽이 잘못일까?”


 행정이 뭐길래

行政이란 의미가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도 요즘도 아닌 근세(近世)이다. 대부분의 학문용어가 일본에서 만들어졌든 行政이란 말도 文化라는 단어처럼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국어사전엔 비교적 단순하다. ①정치나 사무를 행함 ②법률을 집행하여 나랏일을 실현하는 통치작용. 입법·사법과 함께 국가통치작용의 한 갈래.

이처럼 간단하면서도 너무 큰 뜻을 지닌 행정은 유럽의 전제군주제가 깨지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연원은 바로 몽테스키외(C. Montesquieu)가 자신의 저서 ‘法의 精神’에서 말한 ‘3권분립’이다.

사전적 의미에서도 언급됐듯 행정은 입법·사법·행정으로 쪼개놓고 보기 전엔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행정을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작용이라 보기도 하나 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이러하다.

학자들은 현대 행정의 복지적·적극적 성질을 염두에 두고 행정개념을 더욱 적극적으로 규정해 “행정은 법 아래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현실적으로 국가목적을 실현해 거기에서 어떤 ‘구체적 결과’를 가져오려는 작용”이라 한다.


 행정지도(行政指導)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성역(聖域)’이 있으니 그건 바로 ‘행정지도(行政指導)’. 일본에서 형성·발전된 이 개념은 전후 일본사회를 단시일 내에 정상화하기 위해 고안해낸 ‘특수한 혼합물’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많은 ‘괴물’이다.

행정지도는 ‘다양한 현대행정을 법적 구속력에서 벗어나 주민들과 사전에 합의하에 일을 처리함으로써 마찰이나 저항을 미리 피할 수 있다’는데 중요한 의의를 가지나 이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맹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에도 변화가 생겨 ‘무안 양파종자 사건’처럼 예전엔 정부가 잘못된 종자를 농민에게 보급해 한 해 농사를 망치더라도 보상치 않았는데 지금은 종자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보상이 이루어진다. 물론 아직까지도 ‘행정쟁송’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태생의 이 행정지도. 그러나 이 행정지도가 우리에겐 너무 만연해 있다. 행정의 주체이자 객체인 주민들이 그 정체성을 잃고 행정에 너무 의존해 있다. 다시 말해 행정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다.

물가억제, 공해방지, 산아제한, 토지거래중지권고, 노사협의, 철강공업자 지정, 기계공업시설 서열화, 수출입쿼터조정, 생활지도, 직업지도, 중소기업 합리화 지도, 정보제공, 직업보도, 건축법에 의한 경고 등 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이처럼 전방위에 걸친 행정지도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행정에 의해 길들여졌고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 단적인 예가 있다. 과거 민주적 정통성 없는 정부는 국민을 한 손에 움켜쥐길 원했다. 그 마법의 지휘봉은 ‘TV’였고 이 ‘TV’라는 매체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른 정통성 없는 정부는 우리나라를 ‘TV공화국’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산아제한 공익광고’ 몇 편에 지구상 가장 낮은 출생률을 보이고 있고 ‘오늘의 요리’ 한 편에 고등어가 동나는 판이었다.


 정부는 아직도 ‘오늘의 요리’에 살고 있다

마법의 지휘봉에 맛들인 정부는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까지 행정지도가 만연했던 시대의 ‘그 쉬우면서도 짭짤한 맛’을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일선 공무원들은 노골적으로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순박했던 우리 주민들은 ‘행정에서 하자는 데로 하는 것이 옳은 것’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바로 코를 골던 시대는 갔다. 모든 주민들이 변별력을 가지고 비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헌데 원래는 다들 가지고 있었다. 마을전통에 의해 또 전래 규범에 의해 다들 가지고 있었다. 전후 혼란의 시대를 거치면서 잠깐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일부 고위공직자나 일선공무원들은 아직도 이 점을 간과하고 있으니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삼다리 모텔’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하나 보자. 사건의 양상은 양 갈래로 나뉘어 있다. ‘과연 삼다리 마을 앞에 모텔이 들어설 수 있느냐’가 하나이고 또 하나는 ‘그 사안을 처리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이다.

A씨는 마을 앞에 건축부지가 조성되자 무슨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지에 관심이 갔고 확인결과 ‘무인모텔’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을 듣게 됐다.

소문을 파악하기 위해 郡에 ‘행정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한 A씨는 황당한 일을 겪고 만다.

‘행정정보공개청구’는 담당자가 확인하는 즉시 접수하게 돼있고 그 처리기간은 열흘이다. 단, 그 기간을 초과해 처리해야 할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청구인에게 통지 후 다시 열흘의 시간을 더할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20일이 지나도 어떠한 통지나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A씨는 한 달이 지나던 시점에 다시 한 번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그마저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郡사이트에 민원성 공개질의를 했다. 세상에 알몸으로 던져진 것이다.

사건의 핵인 ‘건축물의 용도’에 대해 정확한 판정도 없이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예정건축물은 이미 ‘무인모텔’이라는 낙인이 찍혔으며 마을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결사반대’의 태세였다.

게다가 정치권에 적을 둔 某 인사가 그 건물의 실제주인이라는 풍문이 나돌기 시작하며 삼다리는 ‘배후설’에 휩싸였다.




 갈등오면체(葛藤五面體)

현실의 벽에 부딪힌 A씨는 결국 군청으로 찾아갔고 행정정보공개청구 건에 대해 따졌다. 담당공무원은 “정보의 소유자인 당사자가 공개를 원치 않아 공개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그제서야 내놓았으나 법률조항을 확인한 결과 A씨 자신이 청구한 건에 대해서는 당사자 동의가 없어도 공개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지속적으로 추궁했다.

담당공무원의 다음 답변은 “청구인이 회신비용(우편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라는 것을 들었으며 “당사자가 단면도 이외의 공개를 원치 않으므로 단면도만 주겠다”고 해 복사된 단면도 세 장만 직접 수령해 왔다.

A씨를 비롯해 단면도를 펼쳐본 마을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무인텔’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흔히 생각하는 숙박업소는 주차장이 개활된 장소에 따로 있고 객실은 건물에 있다. 하지만 ‘무인텔’은 건물 내에 주차장이 들어와 있어 ‘타인의 시선’에 전혀 노출되지 않고 ‘무사히’ 객실까지 들어갈 수가 있다.

삼다리 마을 입구에 들어설 예정으로 건축허가가 난 펜션이 바로 그러했다. 3층 건물 2동, 2층 건물 2동으로 총 네 동의 건물이 들어서며 각 동의 1층은 주차장으로 차량이 진입한 후에는 밖에서 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삼다리 1구 및 2구 사람들의 반대의견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러나 이때 틈새를 공략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바로 삼다리1구 Y이장.

이장 Y씨의 의견은 “그곳이 준공업지역으로 개발이 돼야 마을도 함께 발전하며 담양에 숙박시설이 부족하니 반대만 해선 않된다”는 얘기였다. 주로 마을 노인층을 공략한 Y이장의 포섭은 ‘어떻게든 마을이 발전되길 바라는’ 노인들의 구미를 충족시켰으며 일단은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와 함께 일부 의견을 달리한 노인들의 반격에 크나큰 역풍을 맞게 된다. 소문은 ‘Y이장의 고향이 어디다더라’부터 시작해 ‘부동산 중개설’까지 나돌게 됐다.

Y이장의 전력이 문제였다. 그는 이미 오랜 기간 다수의 부동산 거래에 거간으로서 활동한 적이 많아 ‘마을이장이 토지매입에 관여됐을 것이라는 추측’에 신빙성을 더했고 일부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건축주나 마을이장 모두 강하게 이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심증만 있을 뿐 그 어떤 물증은 없다.

삼다1구 주민들은 결국 Y이장에게 마을총회를 열어 마을의사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회의록을 작성해 정확하게 ‘내용증명서’를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Y이장은 마을총회 소집에 소극적이었고 기피한다는 느낌을 풍겼다. 하지만 일부 마을사람들이 나서 마을총회는 이루어졌고 삼다1구의 의견은 ‘반대’로 결정됐다. 한편 삼다2구는 충돌된 의견 없이 마을전체회의에서 ‘반대’할 것으로 결정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건설현장도 함께 움직였다. ‘무인텔’ 건축을 반대하는 마을사람들에게 건축업자는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으며 그런 중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사태는 정점에 다다라 삼다1,2구 대표 7명이 군수실을 찾게 된다. 이 군수는 “나는 펜션으로 알고 있는데 주민들이 그 펜션을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 서두였다. 마을대표 7명도 “그 건물이 펜션이면 우리도 찬성한다”였다. “그럼 문제는…?”

즉시 담당자를 불러 설계도를 확인한 이 군수는 마을주민들의 ‘무인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거 제가 보기에도 일반적인 펜션의 형태는 아닌데요”

군수는 그 자리에서 의견을 피력했다. “1층을 주차장에서 객실로 설계변경하지 않는 한 허가를 취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도 건축주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니 그 점에 대해 준비하세요”라고 답변했다.

마을사람들의 뜻이 전달돼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많은 대립각이 만들어졌다. 이장과 마을주민들의 갈등, 마을주민간의 갈등, 행정과 주민의 갈등, 건축주와 마을주민간의 갈등, 건축주와 행정의 갈등이 그 것이다.

하지만 각 대립각의 면면은 오면(五面)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세포분열 중이다./서영준 記者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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