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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주해군기지 갈등해결 촉구 1인시위 20일째를 보내며  
작성자 인턴
작성일 2011/07/18
ㆍ조회: 8819  

2011.07.11

‘생각의 차이’라는 말을 이해하기가 이렇게 어려운가요?

소신 때문이고,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데도 그 원인은 모두 ‘돈’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는 연유는 무엇일까요? 현상을 이해관계의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하면서,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같은 현상을 보고 사람마다 생각과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나요?

제주해군기지 갈등해결 촉구 1인시위 20일째를 보내며-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요즘 들고 있는 피켓(대통령님,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중요하고, 강정마을 주민들 고통은 나 몰라라 하시나요?)을 스치듯 본 다음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는 지나칩니다. 그러나 엄지손가락을 글씨에 들이대고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대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제주도에서 여기까지 오셨어요?”
“‘아닌데요?”
“그럼 어디서 돈 받고 나오셨나요?”
“‘아닌데요, 제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그런 대뜸 하는 말이, “그럼 사회갈등연구소라는 데는 뭐로 먹고사나요?”
참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시민단체에서 나오셨나요?”
“시민단체라기보다는 민간연구소에서 나왔다고 해야겠죠.”
“연구소면 연구하면 되지 왜 시위를 하나요, 반대쪽에서 용역 받았나요?”
“그런 것 아닙니다.”
“하여튼 해군기지 반대한다는 말이죠?”
“그보다는 문제해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여튼 반대 입장 아니오!, 공사 중지하라면서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휴전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 찬성이면 찬성이고 반대면 반대지...”
참 대화할 맛 안 나게 합니다.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런 겁니다.  
“강정주민 보상 더 해줘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주민고통 나 몰라라 하시나요?’라는 문구를 보고 하는 질문입니다.
“강정 문제는 보상도 무관하지 않으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럼 뭐가 또 있나요?”
“보상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 가운데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해군기지 들어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거죠”
“그 사람들도 보상 더 받으려 그러는 거지,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는 기지가 건설되면 자신이 평생 살아온 아름다운 해안이 사라지게 될 거라는 안타까움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보상을 충분히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참 말문이 막힙니다.  

소신 때문이고,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데도 그 원인은 모두 ‘돈’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는 연유는 무엇일까요? 현상을 이해관계의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하면서,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같은 현상을 보고 사람마다 생각과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나요?

사람들은 ‘강정마을 주민들 고통’이란 말의 의미를 주로 ‘국가가 국책사업 하면서 제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아 주민 불만이 커지고 갈등이 발생하였구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도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강정주민일 거라고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시간당 수당을 받고 시위를 대행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강정마을 갈등이든 1인 시위든 주로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인 것으로 바라보고 해석을 하는 경향이 많은 거지요.

이런 대화 속에서 나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나이도 대체로 지긋한 분들이고, 대체로 번듯한 직장에 다닐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 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생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을 ‘경제적인 이해’, ‘보상’, 문제로 이해합니다.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놓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이해관계를 떠나 생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 내가 환경단체나 반전평화단체와는 다른 관점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설혹 그 차이를 어렴풋이 이해한다 하더라도 전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사람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이성적 판단, 자신의 주관적 인식과 판단은 안중에 없습니다. 한 주체가 세상에 대해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에는 차이가 없고, 다만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을 뿐이고, 이런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이전에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면, 회의할 때 나이든 사람을 가장 당혹하게 만드는 말이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당혹스럽고, (약간 혹은 많이)기분이 별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다를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니, 참 할 말이 없다,” 뭐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놀랍게도 상대와 자신은 이해관계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생각에는, 사물과 사태에 대한 인식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생각은 기본적으로 같고, 이해관계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인식하는데 익숙한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라는 말이 때로 충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같음’은 생존의 기본단위가 같은 씨족이었던 전통사회의 ‘공동체적 삶의 방식’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의 생존이 우선이고, ‘집단 생존의 유불리’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던 사회에 형성되었던 우리 의식의 강한 잔재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만의 사고와 판단은 언제나 불쾌하고 우려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입니다.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개인은 없습니다. 개인은 공동체라는 유기체의 한 기관에 불과했습니다. 한 기관이 유기체와 별도의 가치와 판단을 갖고 있다면 위험천만한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이런 사회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을 본위로 살아갑니다. 좋던 싫던 그것이 현실입니다. 세상은 바뀌었음에도 이전 공동체에 부여했던 ‘존엄’이 아직 ‘개인’이란 단위에 부여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개별화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한 주체’로 타인을 ‘나와는 다른 경험, 감각, 인식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같다’가 아니라,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르다’에서 출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다를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상대와 나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게 되고, 나와 다른 상대를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은 이런 전재와 발견의 결과입니다.

사회갈등연구소 I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 1-152 일신사빌딩 4층
Tel : 02-730-0430, Fax : 02-730-5430, Homepage : www.socon.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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