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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민중의소리 긴급 좌담회 1]우리는 ‘새로운 주권자의 탄생’을 보았다  
작성자 rosa
작성일 2008/06/13
ㆍ조회: 9837  
우리는 ‘새로운 주권자의 탄생’을 보았다

[긴급좌담] 촛불시위의 의미와 전망①
이정무 기자jmlee@voiceofpeople.org

이 좌담은 1987년 이후 최대 시위라는 6월10일의 촛불시위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11일 오전 9시, 사직터널 주변에 위치한 사회갈등연구소(소장 박태순)에서 열렸다. 그 시각까지 광화문 일대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경찰의 컨테이너 장벽으로 인해 극심한 교통혼잡을 겪고 있었다.

좌담에 참석한 세 사람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우선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좌담 시작 직전인 아침 7시까지도 시위 현장에 있었다. 한미FTA 문제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던 이해영 한신대교수(국제관계학)도 새벽 3시까지 촛불 행진을 지켜보다 잠깐 눈을 붙이고 나타났다. 참여정부에서 굵직한 공공사업의 갈등해결에 참여했던 박태순 소장(환경생태학 박사)이 그래도 좀 깔끔한 모습으로 참석자들을 기다린 것이 예외라면 예외일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좌담은 2시간 30분여간을 한시도 쉬지않고 계속되었다. 그만큼 할 말이 많고,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편집자주


'민중의소리'는 지난 10일 오전 9시 사직터널 주변에 위치한 사회갈등연구소에서 '촛불시위의 의미와 전망'이란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좌담회 내용 정리

민중의소리: 밤샘 시위에 다들 피곤하실텐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곳이 사회갈등연구소인데, 어찌보면 여기 자리해주신 세 분이 모두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 인물이기도 하고, 또 해결을 모색하는 자리에도 계신 것 같다. 특히 박래군 상임활동가의 경우에는 좀 아까까지도 광화문에서 갈등을 유발시키다가 오셨다. (일동 웃음)

박래군: 이명박 정부가 컨테이너로 장벽을 쌓아놓았는데, 그걸 눈앞에 놓고 돌아설 수가 없었다.(웃음) 현장에선 폭력과 비폭력을 아주 경직되게 구분한다. 이게 경직되면 더 중요한 폭력은 보지 못한다. 컨테이너 박스 자체도 대단한 폭력인데 그걸 보지 못하고, 며칠 전에 쇠파이프 나온 사실만 크게 보인다. 너무 민감해진 것이다. 컨테이너 박스를 만든 것이 폭력이고, 이걸 그냥 인정해 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심리적 무력감을 극복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 네티즌들과 4시간 넘게 토론과 논쟁을 했다. 결국 스티로폼 박스를 쌓아서 콘테이너 위에 올라가 깃발을 흔드는 것으로 끝났다. 갈등을 유발했다기보다는 시위내 내부의 갈등을 잘 해결했다고 봐야 한다. (웃음)

박태순: 정부쪽에서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갈등을 덮는 것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가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다. 드러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이해영: <민중의소리>에서 우리 사회 갈등유발자를 1위부터 100위까지 한번 선정해 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여기 박래군 활동가도 낄텐데...(웃음) 물론 1등은 이명박 대통령이고, 2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우리사회의 최대 갈등 유발자다.

촛불은 빠르게 진화해왔다

민중의소리: 이 정도 시위면 청와대에서도 함성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편안하게 자기는 힘들었을 것 같고, 여기 계신 세 분도 모두 시위를 자주 참여하시거나 관측하시는 분들이니 요즘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계실 것 같다.

박태순: 청와대의 일반 사무건물에서는 ‘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이 주로 있는 관저나 업무공간은 숲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아마 안들렸을 것이다. 가보지 못했으니 확답은 할 수 없다. 나는 5월부터 지금까지 한 열 번 정도 나가본 것 같다. 3~4일에 한 번 나가는 셈인데, 가볼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받게 된다.

박래군: 지금 대책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 나가게 된다. 마약같다. 종일 일하고 피곤한데도 저녁이 되면 나가보고 싶다. 또 나가서 새벽까지 있게 되고, 오늘은 피곤해서 나가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나간다. 큰 일이다. (웃음)

이해영: 촛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열 대여섯번 나간 것 같다. 학생들 가르치는 입장에서 촛불시위 초기에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 한 적이 있다. 동생들이 나와서 데모하는 데 너네는 뭐하는 거냐고.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들이 주력이 되었다. 좀 과격한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할 정도다.

박태순: 대학생들이 나중에라도 결합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 동안 대학생들이 시험, 취업, 등록금 등 내부 문제만 생각하고 숨어들었던 면이 있었다. 이번에 길거리에 나와서 동생들 이야기도 듣고, 어른들 이야기도 듣고 세대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박래군: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이 참여한 것은 보기 좋다. 그러나 그 속에서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듣기 싫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귀를 막는 경우도 있고, 무대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거의 없다. 그런 점은 나중에라도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다. 촛불시위에 참여하다보면 한편으로 그 역동성에 놀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이 사람들을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이해영: 촛불에는 열광의 코드가 있다. 10대도 그렇고 20대도 그렇다. 핫앤펀(hot and fun)이라고나 할까? 열정과 재미가 하나의 코드처럼 되어있다. 21세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만약 이걸 어떤 식으로든 제도화하면 그 정신이 죽어버릴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잘 키워서 우리 사회 고유의 문화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태순: 전적으로 동의한다. 5,6월 촛불시위의 의미 중 하나는 사회 각계각층이 갖고 있는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아이들이 0교시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지 처음 알았다. 역으로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가 많이 희석됐다. 단적으로 다같이 부를 노래가 없다. 계속 나오는 노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정도이고, 처음에는 아리랑, 애국가도 많이 불렀다. 사실 이건 1960년대 시위 문화인데 말이다.

이해영: 그런 면에선 ‘촌스런 시위’다. (웃음) 21세기적 특성이 있는 데 막상 들여다보면 촌스런 면도 여전히 남아 있다. 1970년대 부르던 ‘훌라송’도 부르더라.

박태순: 그런데 지금 남아있는 소통방식이 그것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배우게 되었다. 노래도 이젠 이것저것 나온다. 10대 들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웠을 정도다. 누구나 자기 문제를 드러내고, 남의 문제를 들을 수 있었다. 촛불시위는 일종의 공동 학습 공간인 셈이다.

박래군: 학습이 대단히 빠르다. 처음 거리로 나왔던 25일 밤이다. 갑자기 시위대가 신촌으로 향했다. 누가 그리로 가라고하지도 않았다. 그러더니 신촌에 모여서 어디로 갈지를 끊임없이 토론을 하더라. 그게 이번 시위의 힘이다. 전 과정을 들여다봐도, 처음에 정권에서 배후설을 가지고 공격했다. 인터넷 공간의 토론에서 바로 무력화되었다. 24일을 거치면서 거리로 진출하자 정부에서는 촛불문화제는 평화, 거리시위는 불법이라는 구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토론을 통해 쉽게 극복되었다. 촛불은 빠르게 진화해왔다.

광장에서 이루어진 헌법1조의 재해석

민중의소리: 시위 구호를 보면 처음엔 쇠고기 수입 자체에 집중되다가 곧바로 교육문제, 민영화문제, 대운하문제로 확산되었고, 결국 ‘이명박은 물러가라’로 바뀌었다. 너무 빠르게 변했다.

박태순: 갈등이론에서 보면 갈등 초기에는 구체적이고, 제한적 구호가 나오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슈의 가짓수가 증가한다. 부부싸움의 예를 들면 ‘왜 늦게 들어왔어’에서 ‘너 예전에 결혼식 때 약속한 선물도 안 주고’, 이렇게 나가다가, ‘너 안되겠어. 이혼해’로 간다.(웃음) 구체적인 문제의 지적에서 사람에 대한 평가로 바뀌는 것이다. .
왜 시위 구호가 ‘이명박 물러가라’로 빠르게 전환됐을까? 시간이 가면서 결합 세력이 달라진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서 시작해 40대 주부들이 결합하고, 그 다음엔 이제 40대가 된 386들이 결합하고 그러면서 점점 더 확대된 것이다. 핵심적으로는 정부가 장관고시를 강행하겠다는 강수를 두면서, ‘이 정권이 우리 말을 들을 생각이 없구나’하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런데도 참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요구하는 것과 구호로 외치는 것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압박으로 ‘이명박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다.

이해영: 5월 28일이던가. 그 즈음에 소라광장에서 한참 집회하는데 옆에서 누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들어왔다. 독재타도 나오니까 ‘첨엔 이거 아닌데...’ 했다. 그런데 며칠 안 되어서 메인 구호가 되었더라. 이것도 사실 굉장히 촌스런 구호인데(웃음), 이 포스트 모던 시대에 모던한 구호가 다시 나온거다. 그래도 대중들 스스로 정리해 내고 있다. 즉 ‘독재타도’에서 독재는 군부독재가 아니다. 1987년의 구호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다.
촌스러움이 문화다양성이라는 확고한 원칙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지도부의 지휘, 지도를 거부하는 것도 다양성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건 나쁜 게 아니다. 배제와 배척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독재타도’라는 구호는 명백히 MB정부에 대한 탄핵이지만, 1987년 같은 식으로 이해되어선 안된다.

박래군: 광장에서 사람들은 헌법 1조를 이야기한다. 사실 헌법, 이 따분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진지하게 듣고 있다. 노래도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사실 이 민주공화국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4~5년에 한 번 하는 투표때만 국민에게 권력을 주는, 일종의 국민기만이다. 그런데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걸 재해석하고 있다. 자신의 주권성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영: 불구화 된 민주주의, 선거 프로세스화된 민주주의가 촛불 집회를 통해 새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주권자가 탄생하고 있다. 사실 1990년대 내내 그런 고민을 했었다. 어떻게 새로운 주체를 만들 것인가. 운동의 관점에서 우리가 그런걸 사실 좌절하고 포기했었다. 실제로 그런 프로젝트가 가능하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광장에서 촛불 하나가 피어나더니 거대한 감동 스토리가 생겨났다.

박태순: 이제야 진정한 시민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1987년의 6월 항쟁 이후 우리 사회는 양 진영으로 나눠졌다. 기존의 정치권력과 시민사회로. 그런데 여기서 시민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 각성된 시민의 ‘사회’라기 보다 정권과 입장을 달리하는 대중이 결합한 조직처럼 이해되었다. 그 이후 20여년 동안 우리사회가 굉장히 다양화되었다. 지금은 이전의 대중으로부터 각성한 대중으로 바뀌고 있다. 한 개인 개인이 주체인 시민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할 말 다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우리는 과거에 그렇지 못했는데’하는 부러움이 들 정도다.

[긴급좌담] 촛불시위의 의미와 전망② - 정당민주주의로 돌아가자는 것은 해법 아니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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