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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양산시민신문] ④ 하남시와 시화호가 남긴 교훈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9577  
[기획]지자체 갈등원인과 대안-④지역갈등은 만나지 못할 평행선 아니다  
하남시와 시화호가 남긴 교훈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지자체 갈등 원인과 대안>
① 지역 갈등 왜 폭등하나?
② 최종합의까지 5년, 시간낭비 아니었다
③ 갈등 해결 제도적 장치를 찾아서
④ 하남시와 시화호가 남긴 교훈

‘갈등(葛藤)’이란 왼쪽 방향으로 감기며 자라는 칡과 반대방향으로 감기는 등나무가 얽힌 것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사회 곳곳에는 꼬여있는 칡덩굴과 등나무 줄기를 하나하나 풀어 그 끝이 보이는 갈등이 있는가 하면, 까다롭고 복잡하게 엉키고 또 엉켜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없는 갈등도 존재하고 있다.

시화호 개발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책사업에 민주적 개발계획 수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희망을 안겨준 사례이다. 지자체는 시화호의 희망보고서를 통해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면 더디지만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반면 국내 최초 주민소환운동을 초래한 하남시의 광역화장장 유치 갈등은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이 얼마만큼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화장장 유치와 관련해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간 갈등은 제2의 부안사태를 방불케 했고, 하남시장과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운동은 행정의 마비를 초래하기도 했다.

공동기획취재 ‘지역갈등 원인과 대안’의 마지막 순서로 시화호의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하남시의 주민소환운동이 남긴 교훈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하남시 갈등

하남시는 경기도 내 31개 기초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28~29위로 머무는 지자체이다. 게다가 전체 면적의 약 93%가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 있어 기업활동이나 개발의 제약이 많고, 서울과 인접한 베드타운의 성격이 강했다.


하남시장은 자금마련을 위해 하남시에 경기도 광역장사시설 유치를 추진했다. 광역장사시설 건립비 3천억원 이외에 유치에 따른 경기도의 인센티브 2천억원과 외자유치 1조4천억원을 확보해, 명품 아울렛 단지 조성 등 획기적인 지역발전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하지만 주민들은 청정하남에서 화장장도시라는 도시 이미지 실추와 환경오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혐오시설 유치과정에서 의례 있을 수 있는 입지 예정지역 주민들의 반발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풀어나는 과정에서 하남시장의 자극적인 언행, 주민과의 몸싸움, 불발을 거듭하는 주민설명회, 반대세력 구속조치 등으로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결정적으로 화장장 유치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장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시도함으로써 하남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극도에 달하게 되었다.

이에 주민들은 주민동의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강행하는 하남시장과 주민투표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시의원 3인에 대해 국내 최초로 주민소환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주민소환 서명부 작성의 문제로 재판부가 하남시장의 주민소환 투표절차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려 또 다른 갈등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행정불신, 국내최초 주민소환 초래

한해 사용가능한 예산이 400억에 불과한 하남시로서는 광역화장장 유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유치가 타당하다고 해서, 추진 과정 역시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

화장장과 같은 혐오시설을 유치할 때 입지 예정지역 주민들의 불신과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현명한 지자체라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대와 우려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치를 반대하는 조직 내에 일부 정치인이 존재하고 화장장의 피해를 다소 과장해 선전하더라도 적극적인 대화를 기피해서는 안된다.

하남시는 광역화장장 유치여부를 위해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상구조를 만들지 않았다. 단지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 절차적 민주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유치에 대한 공론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한 것은 힘의 논리로 문제를 무마하려 한다는 행정불신을 만들었다. 이것이 결국 국내최초 주민소환을 초래한 것이다.

주민소환제도가 분명 행정 감시·감독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 민주주의적 절차이지만, 하남시 주민소환은 비리나 위법행위가 아닌 정책의 집행이나 추진 행위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국내 최초 주민소환제가 상당히 불안한 출발을 보인 셈이다.
한편 국내 최초로 국책사업의 민주적 개발계획 수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화호 개발사업 역시도 첫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모든 문제 협의…
시화지속협의회 구성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시 3개 시에 걸쳐 있는 시화호는 94년 1·2차 방조제 물막이 공사로 탄생되었다. 정부는 이곳에 간척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시화호의 오염과 생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개발계획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후 2003년까지 시화호는 오염의 대명사로 불리우며 간척사업의 실패로 평가받았다.

2003년 건교부가 시화지구장기종합계획안을 공개했지만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시화호를 두 번 죽이는 개발안’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여기서 정부는 갈등해결 차원의 히든카드로 지역주민이 참여한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시화지속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는 사업의 모든 사안을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모두가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시화지속협의회는 민관 협의회 운영권한을 대등하게 조율하면서 논의를 활성화했고, 합의되지 않은 안건은 T/F팀을 구성해 조정을 시도했다. 또 전문성을 띄는 사안은 전문가를 초빙해 집단교육과 토론, 현장답사, 단기용역 등을 통했다. 2004년 1월부터 2006년말까지 24회의 전체회의와 100회가 넘는 분과회의를 거쳤고 28시간의 마라톤 회의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논의사항은 홈페이지에 탑재해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주민 87%의 찬성으로 ‘시화MTV(Multi Techno Valley)개발사업’에 최종합의를 이뤘다.

사전협의ㆍ시간투자
큰 손실 막는 현명한 방법

마구잡이 개발의 표본으로 죽음의 호수로 평가받았던 시화호가 이제는 가장 모범적인 갈등해결 사례로 벤치마킹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여겨 볼 점은 개발사업 추진으로 인해 갈등이 불거졌지만 민관이 한발짝실 물러나 사태를 직시하고 대화의 자리에 앉았다는 점이다. 과정 역시 상당히 모범적이었다.

네덜란드의 남부 고속철 사업처럼 정부가 국책사업의 계획단계부터 시민·환경단체와의 협의를 거쳤다는 사실이 획기적이다. 또 오스트리아 빈공항 사례와 같이 최종합의까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면서 더디지만 확실한 협의를 거쳐 사업의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이 사업의 성패여부는 10년쯤 뒤에나 결정될 것이다. 단지 개발안의 최종합의를 이뤘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개발단계에서 정부가 합의 내용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는가에 대한 주민들의 사후 감시가 중요하다.

하남시와 시화호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갈등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가지 요인을 알 수 있다. 우선 계획단계에서의 협의. 하남시는 이미 화장장을 유치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뒤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다. 반면 시화호는 계획단계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시화MTV 개발사업을 도출해 냈다.

다음은 시간 투자. 하남시는 광역화장장이라는 특성상 타지자체와 유치를 위한 경쟁을 해야 했기에 시간에 쫓기며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시화호는 시화MTV 개발사업을 확정하기까지만도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그동안 양산지역은 지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로 작은 많은 갈등을 낳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풀지 못한 채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갈등도 있다. 지역갈등은 지자체사업에 대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파괴와 공공기관 신뢰 저하로까지 이어진다. 첫 단추를 채울 때의 주민과의 구체적인 사전협의와 시간 투자는 더 큰 손실을 막는 현명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남시주민소환범대책위원회 조중구 공동위원장/


“지금은 화장장유치가 갈등의 본질이 아니다”

“주민소환을 위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주민소환투표까지 하게 된 지금 이 상황이 가슴 아프다. 어쩌다 하남시가 여기까지 왔는지.”
지난 9월 공동기획취재단이 하남시를 찾았을 때, 조중구 공동위원장(사진)이 눈물을 보이며 이같이 토로했다.

조 위원장은 이제 대부분의 하남주민들에게 화장장 유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화장장 유치가 발단이 되어 지금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지만, 주민을 무시한 채 무작정 밀어붙이고 보는 구시대적인 행정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2006년 10월 17일이었다고 한다.

조 위원장은 “하남시장이 화장장 유치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는 날이었다. 화장장 유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주민들에게 맞아 죽더라도 하겠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삭발하면 나도 삭발하겠다’ 등의 언행에 주민들은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견이 어떻든지 간에 이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위험수위를 넘은 발언은 화장장 유치에 대한 공론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태도라는 것.

이후 광역화장장 유치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해 조직적인 반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범대위 위원장 구속, 여성주민 폭행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되었다.

조 위원장은 “2007년 6월에는 주민 105명이 삭발과 혈서시위를 벌였고, 약속을 이행하라는 의미로 삭발한 머리카락을 하남시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어찌 화장장 유치만의 문제이겠는가”라고 성토했다.

또 “부안시는 경주로 방폐장 유치가 결정되어 표면적인 갈등은 없어졌지만 과거의 찬반을 둘러싸고 주민간 갈등은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하남시는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부안같은 주민간 갈등은 없었으면 한다. 유치찬성을 했어도, 주민소환을 반대했어도 여전히 그들은 내 이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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