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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양산시민신문] ② 최종합의까지 5년, 시간낭비 아니었다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13
ㆍ조회: 9098  
[기획] ②최종합의까지 7년, 시간낭비아니었다  
님비갈등, 시간투자는 선택 아닌 필수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 오스트리아 빈공항은 활주로 증설과정에서 소음피해를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갈등조정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7여년을 걸려 이해 관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아 최종합의에 이르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갈등조정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빈공항 국제선 활주로 공사현장.  

<지자체 갈등 원인과 대안>

① 지역 갈등 왜 폭등하나?
>② 최종합의까지 5년, 시간낭비 아니었다
③ 갈등 해결 제도적 장치를 찾아서
④ 하남시와 시화호가 남긴 교훈

최근 지역갈등 가운데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혐오시설 유치와 관련한 지자체와 주민간 갈등이다. 이를 ‘님비(NIMBY)현상’이라 하며, 글자 그대로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는 뜻의 지역 이기주의적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님비현상을 무조건 이기주의로 판단하고 주민들의 성숙하지 못한 의식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 것인가.
오스트리아 빈공항은 국제공항 활주로 증설 과정에서 소음피해를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에 부딪혔다. 하지만 빈공항은 단순히 피해보상금 지급만으로 민원을 잠재우려고도, 민원이 확대될까를 우려해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갈등조정 준비모임부터 최종합의까지 7년을 걸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고, 이해 관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찾는 과정에 주력했다.  
7여년 끝에 최종합의를 도출해 냈고 이는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갈등조정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옆 사람의 죽을 병보다 내 몸에 난 티눈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했던가? 혐오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마땅히 있어야 할 시설이건, 지자체에게 어떠한 경제적 이익이 오든 간에 내 집 근처에 조성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싫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최근 ‘님비현상’이라고 불리우는 지역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유치 사업과 관련해 지자체와 마찰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지역주민도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장기간 대립하면서 지역공동체가 분열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오롯이 주민들의 이기주의적인 성향 때문인가.

축산폐수시설 반대…
님비현상

최근 양산지역에서 님비현상으로 대표되고 있는 것이 상북면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 관련 갈등이다. 양산시는 소규모 축산농가의 폐수처리를 위한 축산폐수 공공처리시설 부지로 상북면 신전리를 예정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상북면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 식수오염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당초 동면에 설립계획을 세우다 안되니까 상북면으로 부지가 결정된 것”이라며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면 당초 계획대로 동면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것이 상북면 신전마을 주민들은 축산업자가 단 1명도 없으면서도 인근의 양돈·양계농장으로 인해 악취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온 마을이기에 더는 피해를 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산시는 1996년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체결한 런던의정서에 따라 오는 2012년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기에 폐수처리 자체시설이 없는 소규모 축산농가를 위한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 이 때문에 120여개 축산농가 가운데 40% 가량을 차지하는 상북면에 설립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 주장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해와 조정이다. 단순히 님비현상으로 매도하고 주민들의 이해만 강요할 수도, 쓸데없는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양산시를 나무랄 수도 없기에 최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 가운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선진의식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계획발표부터
최종합의까지 7년

오스트리아 빈 공항은 활주로 확장공사와 관련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자그마치 7년이란 시간을 투자했다.

빈국제 공항 주식회사는 항공승객 및 물동량이 매년 6%정도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제3의 활주로 증설이 필요했고, 1998년 제3활주로 건설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소음공해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대하는 주민들 중 상당수가 빈공항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으로 활주로 확장을 통해 이용에 편의를 도모한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비행기로 인한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을 보였다. 주민들은 다양한 주민연대를 구성하고 조직적으로 반대운동도 펼쳤다.

하지만 빈공항은 서두르지 않았다. 우선 다양한 입장에 대한 정리부터 시작했다. 무조건으로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 그리고 일부 찬성은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과 반대는 하지만 어쩔수 없이 찬성한다는 입장 등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에게 인정하게 만드는 시간이 1년 걸렸다.

이후 누가 이 문제에 대해 타협하고 다양한 입장을 조정해 줄 것인지 결정하는데 또 1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는 소음이나 활주로 확장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단지 준비만 한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시간을 낭비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준비단계, 기초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가치판단에는 주민과 빈공항 모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등조정 후 사후관리까지
철두철미

빈공항 갈등조정은 오스트리아 조정 권위자인 토마스 프라다 변호가가 맡게 됐다. 프라다 변호사는 입장이 다양한 만큼 빈공항과 인근 지자체, 시민연대, 지역상공회의소, 지역노동자대표 등을 포함해 모두 56개 단체로 모임을 구성하고 이 단체대표들로 조정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조정포럼을 구성했다.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이해당사자간에 공식적인 회의만도 166회, 비공식적인 회의까지 합하면 500회가 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회의과정은 각종 홍보물과 홈페이지를 통해 전 내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또 이런 조정과정에서 제3활주로에 대한 당초 설계도면이 상당수 수정되어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빈공항과 조정포럼측은 무엇보다 만장일치로 갈등조정이 해결되기 위해 당연히 부담해야하는 비용이라 판단했다. 이번 빈공항 갈등조정사례로 주민들은 앞으로 빈공항에 대해 더욱 신뢰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빈공항 갈등조정안은 소음기준을 넘어선 인근 마을에는 빈공항측이 주택방음개선 자금을 지원해 주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제3활주로 공사와 상관없이 모든 소음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택에 한한 것이다. 또 빈공항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기금으로 전환해 이 중 75%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쓰고, 나머지 25%는 항공소음관련 연구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이미 합의된 조정안에 대한 이행여부를 감독하고 향후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빈공항 대화포럼(대표 헤지나)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7년에 걸쳐 최종합의안은 도출됐지만 활주로 공사는 아직 착공하기 전이다. 빈공항은 2012년께 착공을 예상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갖고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착공 이전에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오스트리아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거울삼아 지역의 님비현상 또한 원활히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인터뷰 //  프레더 갈등조정 전문 변호사----------------------------------------------

“주부 1명의 의견을 대통령 의견과 같이 다뤄야 한다”      




“믿음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협상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주부 1명의 말 한마디가 공항 대표자나 대통령의 의견과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은 사실에 대한 조율보다는 심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빈공항 갈등 조정을 주도한 프레더 변호사는 오스트리아 갈등조정 권위자이다. 하지만 프레더 변호사 역시도 빈공항의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되었을 정도로 갈등조정인을 결정하는데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56개 단체로 최종합의를 이루는 과정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회적 문제, 환경적 문제, 경제적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활주로 확장문제가 전체 공항의 문제로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협약들이 이뤄지면서 서서히 신뢰가 쌓여 다시금 본래의 활주로 확장문제로 귀결되었고, 그 시간이 2년이 걸린 셈이다”

프레더 변호사는 협상이 길어질 것에 대한 예상은 했지만 사실상 7년까지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당초 협상기간을 1년을 두고 시작했었다. 하지만 조정 대상, 참여 당사자, 조정 구조, 비용 부담 등 주요의제만 결정하는데 1년이 걸렸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지나치게 긴 시간이었다고 탓하지 않는다. 최종합의를 도출해 냈고, 그 과정에서 신뢰와 믿음이라는 플러스 알파까지 얻어냈다. 시간에 대한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프레더 변호사는 이후 합의안 이행에 대한 감시·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합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며 대화포럼을 통해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독하게 된다. 만일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시민법에 의해 법적 소송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대화포럼의 역할이 지금보다 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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