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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부천시 문예회관건립 정책 관련 타운미팅을 마무리하며  
작성자 rosa
작성일 2013/05/02
ㆍ조회: 3526  

생활민주주의를 향한 부천의 작지만 의미있는 첫걸음


 

박태순 박사 /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누구나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이념과 사상으로 존재할 뿐, 현실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가정, 학교, 직장, 시-행정 등, 정작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생활민주주의(Everyday Democracy)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한쪽에서는 일방주의, 권위주의, 힘에 의한 지배가 계속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냉소와 방관, 무책임, 무소신으로 자신의 권리를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시민의 요구가 달라졌음에도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기존의 관습과 관행에 안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부천문화예술회관 위치선정과 관련하여 지난 3개월간 부천시에서 이뤄진 논의 과정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부천시가 시민사회의 요구와 불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문화예술회관 건립관련 협의위원회를 제안하고,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자발적인 논의를 거쳐 시민안(案)을 작성하여 부천시에 제출했다. 부천시는 이를 매우 비중있게 수렴하기로 하였다, 이는 부천시뿐 아니라, 우리나라 시-행정에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외지인으로 협의회 진행(facilitation)을 맡으면서 이번 일을 통해 느낀 게 많다.

무엇보다 부천시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면서 이 일은 시작되었다. 법적인 하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용역보고서와 시의회 의결까지 마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천 시장이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여 참여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든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

둘째, 시민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다. 협의위원회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고, 자발적인 시민들로 구성되었다. 한번 회의가 시작되면 4~5시간이 소요되고, 일주 혹은 격주로 총 10회에 걸친 매우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문화예술회관과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 시민들이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시의원도 아무 전제 없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였다. 부천 시민의 놀라운 잠재역량을 보여주었다.

셋째, 위원회 운영 목표의 현실성이다. 이전까지의 진행에 불만과 이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성토하기 보다는 현안에 집중하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넷째, 대안 도출을 위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관련된 논쟁은 상식을 가진 시민에 의한 숙의(熟議)에 의한 판단과 대안 마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같이 복잡한 사안을 시민의 즉자적인 판단에 그냥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협의위원회는 참석한 시민에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논의 주제를 체계적으로 나누고, 타운미팅(Town Meeting)이라는 합리적인 방법을 통하여 논의를 모아갔다. 불편부당한 진행을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진행을 맡겼다. 사전합의문(Ground Rules)을 작성하여 논의에 대한 질서와 책임을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협의위원회 독립성이 온전히 유지되었다. 부천시는 논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고, 회의 공간, 관련 정보 제공, 관련 전문가 제안 등 원만한 논의를 위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의제 선정, 운영방식 결정, 진행 등 모든 것이 위원회 회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진행과 관련하여 아쉬운 점도 있다. 상식적인 시민의 판단과 대안 마련을 목적으로 진행된 타운미팅이었기 때문에 절박한 이해관계를 갖고 참석한 일부 주민의 요구를 수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위치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별도의 협상과 합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회의가 주로 오후에 시청에서 여러 시간 동안 진행되다보니, 다수 참석자들에게 시간상·공간상 부담이 너무 켰고, 관심은 있으나 참석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관심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

첫걸음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부천은 이제 생활민주주의를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시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갈등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나 정책부터 시장이 결정하기 전에, 의회에 가기 전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하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더 좋은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해본다.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안이 잘 마무리되어 부천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조차 앞 다투어 찾아가는 ‘예향(藝鄕) 부천’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름아이콘 윤병국
2013-05-15 09:49
타운미팅에 참가해서 좋은 경험 했습니다. 행정의 속도와 시민의 속도가 차이가 큽니다. 결국 시민을 위한 행정인데 시민의 속도에 맞추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가 되기 전에 협의하고 소통하는 행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