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시티즌십 ⑤ 갈등을 넘어 화합하자 ◆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갈등 구조의 만성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우리 사회는 노동 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또 갈등이 한 번 발생하면 해결 속도가 느리고,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향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고리 1호기 사태가 갈등 해결의 모범적 사례를 수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단순히 몇천억 원의 지원금 액수를 가지고 지역주민과 흥정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질적인 생활 요구에 기반을 둔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고리 원전문제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박 소장은 실질적인 협의체 구성과 진솔한 대화로 압축했다. 우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빠짐없이 모여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과거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권력 실세와의 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고리 원전의 경우 지역의 대표성 있는 인사로 협의체를 구성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합의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실제 합의에 담긴 내용을 보면 고리 1호기를 계속 운전하는 대신 간절곳 전망대를 설치하고, 서생면 지역 도로교통망 확충 등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경제 활성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이해당사자 간에 허심탄회하게 대화가 이어지면서 지역 주민의 무리한 요구는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박 소장은 "이해당사자들 간에 오랫동안 토의가 계속되면서 서로에 대해 신뢰가 쌓였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평가했다. 한수원 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보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솔직히 공개하면서 지역주민들도 자신들의 요구가 모두 수용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화 기자 / 고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