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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갈등(葛藤)이란 말보다 전투(戰鬪)란 말을 선택한 이유>  
작성자 rosa
작성일 2014/12/12
ㆍ조회: 3351  
<갈등(葛藤)이란 말보다 전투(戰鬪)란 말을 선택한 이유>

1. 갈등이란 말을 사용하기까지

갈등학에서 갈등은 일반적으로 '복수의 이해관계자가 생각이나 이해의 차이로 대립하며 상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갈등에는 참여자(參與者)가 있고, 서로 다투는 쟁점(爭點)이 있으며, 상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影響)과 이에 따른 효과(效果)가 있다.
갈등은 행동으로 표출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 잠복되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고부갈등, 노사갈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을 분쟁(紛爭)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사갈등하면 노동과 자본간의 근원적인 대립을 중심에 두고 하는 말인 반만, 노사분쟁하면 노사가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대립하여 행동으로 들어난 상태를 말한다. 분쟁은 갈등이 외화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갈등이란 말이 포괄하는 범위가 더 넓다. 중동분쟁하면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다툼을 의미한다면 중동분쟁은 민족갈등, 종교갈등, 영토갈등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전투(battle)는 전쟁(war)과 함께 쓰는 군사용어다. 전쟁이 “국가와 같은 정치적 집단간의 투쟁으로 장기간 또는 대규모의 무력충돌을 수반하는 적대적 행위(브리태니커 백과사전)”를 말한다면 전투는 서로 대립하고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명백한 무력충돌을 뜻한다(위키백과). 전쟁이 주로 전략적 단위에서 수행된다면 전투는 주로 전술적 차원에서 사용된다. 전쟁 속에 전투가 속해 있기고 하고, 전투가 확대되어 전쟁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갈등과 전쟁/전투를 연관성은 있으되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해석한다. 갈등이 심화되어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단계를 전쟁/전투로 인식한다. 갈등이란 말속에 무력충돌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미권과 독일 등 유럽 대륙권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의 갈등(conflict)이란 말은 주로 비군사적인 분쟁(dispute)이란 말로 대신하고, 그들은 갈등이란 말을 군사적인 무력충돌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말의 맥락에 문화적 차이가 배어있는 듯하다.

내가 이글에서 국가 권력과 지역주민이 다양한 차원에서 다투는 현상을 우리가 흔히 쓰는 갈등이란 용어 대신 전투라는 말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위에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은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같은 단어라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달라지고, 어떤 권력 관계 하에서 누가 그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유사한 현상이라 하더라고 그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의 선택에는 권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87년 이전, 소위 권위주의 시대에는 갈등이란 말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누군가, 어느 집단이든 김히? 국가를 상대로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였고, 목숨을 내 걸지 않고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였다. 오직 한반도 남쪽에는 다스리는 국가와 복종해야할 국민(좀더 정확히는 신민(臣民))만이 존재했다. 국가의 행위는 언제나 무죄였으며, 잘못은 항상 국민에게 있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던 광주대단지 사건이나 몸에 반점이 생기고 공장폐수로 농산물이 썩어 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온산비철금단지 오염사건도 갈등이란 용어 대신 여러 사람이 소란을 피우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의미의 소요(a disturbance, 騷擾)사태로 인식되고 공권력 투입에 의해 처리되었다.

다투는 상대가 있음을 전재하는 단어인 갈등이란 용어가 사회적인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 이후이다. 나중에 기술할 기회가 있겠으나, 노무현 정부는 당시의 화물연대 파업, 부안 방폐장 사태, 사패산 터널공사, 새만금 방조제 건설 등과 관련한 주민과 국가와의 대립을 ‘갈등’으로 인식했고, 갈등이란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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