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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긴급진단> 제주해군기지 공권력 투입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작성자 인턴
작성일 2011/08/04
ㆍ조회: 3451  

2011.08.03

제주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폭력적 문제해결 중지하고, 주민이 동의할 수 있는 로드맵 제시하라)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정부는 공사진행을 위해 공권력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있다.

공사 강행에 대한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7월 21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하여 "일부 주민과 NGO 등이 반대하면서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더 이상 방해하는 것은 곤란하며, 향후 이에 단호히 대처할 것”을 서귀포 경찰에 주문하였다. 7월 29일에는 서귀포 시장이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여 해군기지 예정지 내 국유지 농로 등의 용도폐지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행정대집행 등 공권력 투입이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해군과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이 공포되어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을 위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주변지역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해군과 정부는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로 기정사실화하고, 주변지역 발전계획 수립 등 경제적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공사 저지 및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단호히 대처한다는 소위 ‘당근과 채찍’ 전략을 세워놓고, 현재 채찍의 강도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으며,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나, 반대 주민들이 해결 불가능한 주장만 계속하고, 이에 동조하는 외부단체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설득을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하게 공권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해군과 정부는 지금까지 주민을 수백차례 만나 설득해왔으며, 책자 발행, 신문 광고, 방송, 해군기지 견학 등을 통해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공청회, 설명회, 방송토론도 개최하고 참여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수차례 공청회 설명회 등을 시도하였으나, 반대주민의 불참에 의해 성사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군과 정부의 이런 주장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이 모든 노력은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일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병원에 자주 다닌다고 암에 걸린 환자의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처방을 찾지 않으면 환자의 병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해군과 정부는 단 한 번도 강정주민을 동등한 논의와 합의의 주체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이들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문제를 논의의 주제로 다룬 적이 없다. 또한 국책사업 추진에 필수적으로 동반해야 하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 입지선정의 객관성 입증, 민주적인 논의구조의 형성, 정보의 공유와 공개, 주민의견과 요구의 실질적 수렴, 합의에 의한 갈등 해결 절차와 과정을 수행한 바 없다.
해군과 정부가 해온 일들과 제안은 제주 강정의 현실과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위한 노력이었을 뿐, 핵심 이해관계자인 강정주민이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다. 자신들 만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해군과 정부는 지금까지 문제해결을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해군과 정부는 지나치게 자신들의 요구와 이해만을 주장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주민들을 비판하지만 자신들의 삶과 미래가 걸린 문제에 ‘참여’와 ‘실질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오히려 국민과 주민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익만을 앞세워 기필코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공익을 앞세워 자신들의 조직적 이해만을 실현하려는 ‘조직 이기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외부세력이 개입하여 강정문제가 심화되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앞뒤가 뒤바뀐 말이다. 2007년 5월 이후, 지금까지 강정에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주장해온 핵심 주체는 강정주민이었고, 제주시민사회였다. 제주시민사회는 외부세력이 아니다. 국민과 전국의 시민사회가 강정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해군과 정부가 제공하였다. 작년 12월 해군의 공사 강행, 뒤이은 주민과 예술인, 평화운동가의 체포, 구속 등 정부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공권력 남용이 그 동안 해군기지 사업에 무심했던 국민과 시민단체에게 민주주의 위기라는 경각심을 일으키고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 투입 주장은 정부의 무능과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사업을 하면서 국민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해당 이해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논란이 많은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과정과 방법은 토론과 타협,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해군과 정부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공사를 강행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위해 공권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과 논리는 민주적이고 평화적 문제해결을 포기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무능과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며, 향후에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다.

명분 없는 공권력 투입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주민들은 절차적 문제에 하자가 있었다는 분명한 대의명분을 쥐고 있으며, 이는 다수의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공권력을 이용한 폭력적인 문제해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강정주민은 공사저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제 강정을 지키는 것이 자존심이자 생의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공격적 태도는 더 많은 양심적인 외부 인사의 개입을 증가시키고, 갈등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제 제주해군기지는 전국적인 현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에 의한 문제해결은 성공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주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며, 정부의 권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공권력을 거두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스스로를 뒤돌아볼 때이다.  

평화적 문제해결이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상황 인식과 문제에 대한 해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현실을 있은 그대로 인정하고, 주민의 불만과 분노, 불신을 이해하고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에 대해 냉정하게 뒤돌아 볼 줄 알아야 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진실은 해군과 정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주민(또 국민)다수가 ‘해군기지가 왜 강정으로 와야 하는지, 왜 강정에 있어만 하는지’ 납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핵심적인 이해관계자인 ‘강정주민 다수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해군과 정부의 노력이 주민을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해군과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고조시켜왔다는 점’이다. 정성이 부족했던 실력이 모자랐든 정부는 주민설득과 갈등해결에 실패한 것이다. 아프겠지만 해군과 정부는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주민의 불만과 분노, 정부에 대한 불신의 원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첫째, 강정주민은 자신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건설 결정이 해군에 의해 매우 졸속적으로 이뤄졌으며, 절차상의 하자를 수없이 지적하면서 실질적인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과 정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묵살해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불만을 갖고 있다. 둘째, 강정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해군기지 건설은 그들 삶의 뿌리는 흔드는 총체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정주민을 대화와 합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돈이야’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자신들의 자존심을 반복적으로 훼손하여 왔다고 생각하고 이에 분노하고 있다. 셋째, 강정주민들은 해군과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에만 관심을 보일 뿐, 주민들의 미래를 담보할 확실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주민 달래기용 변죽만 울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태도를 지속하는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강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새로운 차원에서 강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세우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주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우려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정성어린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해군기지 강정마을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야할 주요 갈등 현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공사의 일시적인 중지를 선언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지역주민을 고통 속에 빠뜨리고, 갈등을 심화시킨 책임을 물어 관련 책임자를 경질하고, 갈등관리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넷째, 강정마을 찬반 주민 대표를 포함하여 실질적인 이해관계자로 논의기구(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다섯째,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민의 피해와 고통을 더 이상 심화시키지 않으면서, 공동체 회복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 발생과 심화의 원인 규명, 주민 피해 조사, 공동체 회복 방안 수립, 이해관계자간 신뢰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상호 신뢰에 기반하여 해군기지의 필요성, 입지선정 과정과 절차, 보상 등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일곱째, 국가사업에 따른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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